생각 버리기 연습, 집념에서 무념으로
생각은 '사람이 머리를 써서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을 말하지만 넓게는 느끼고, 상상하고, 의욕하는 의식활동과 내용을 아우른다. 다시 말해 살아 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지각활동이다. 따라서 '생각을 버려라' 하는 것은 '삶에서 벗어나라'는 것인데, 그냥 삶이 아니라 번잡한 삶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다. 사고의 돌파력을 키워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생각 버리기 연습'을 함께 알아보자.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는 '집념']
우리 현대인에게는 쓸데 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아마도 그 머릿속을 뒤져보면 학창시절의 연습장 같지 않을까? 쓰면서 해야 잘 외워진다는 속설에 따라, 자잘한 글씨로 영어단어나 공식을 빼곡히 채워서 나중에는 무슨 글자를 썼는지 볼 수 조차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머릿속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고 장면이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문서, 몇 시간 전 회의에서 스스로 쏟아낸 말, 전날 밤 술자이에서 동료와 나눈 이야기까지 내 머리를 스쳐간 생각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어떤 중요한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찾아내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다.
'왜' 우리의 생각은 쓸데없이 많은가? 세상이 복잡하니 삶이 복잡하고, 그래서 머리도 복잡해진다. 어제의 생각은 그 시점에서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았으나, 오늘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언제 다시 필요할지 모르기에 일단 저장해둔다. 어디에? 나의 뇌속 어딘가에.
우리는 늘 생각을 붙들고 있다. 넓게 보면 잡을 '집(執), 생각 '염(念)', 즉 '집념'이다. 소신을 지키고 주구장창 투철한 사람에게 칭찬처럼 쓰는 말이지만, 자칫하면 자기 생각을 자기가 스토킹하는 격이 된다. 머리도 마음도 개방계가 되지 못하고, 폐쇄회로가 된다.
머리도, 삶도, 생각도 편안하고 싶은가? 집념을 버려라. 우리 사회와 우리의 삶이 복잡한 것은 쓸데없는 집념들이 빠져나갈 기회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마녕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내가 달라지는 것이 낫다.
그래서 생각을 어떻게 버릴 것인지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생각들이 개입될 가능성도 크지만, 생각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쉬울리 만무하다. 자꾸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열고, 그냥 실천하라.
[놀지 않으면 놀게 된다]
논다. '적당히'의 기준을 '생각'하지 말라. 노는 능력과 에너지의 한계, 또 선호하는 취향의 방향은 몸과 본응이 알려준다. 완전 연소될 때까지, 생각이 사라질 때까지 놀아라.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노는 시간은 '발효와 숙성의 시간'이다. 그래야 세상 뒤편을 응시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하루를 짚어보라. 쉴틈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의외로 흔한 것처럼, 놀 줄도 모르고 쉴줄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열심히'를 추구하면서 '여가와 놀이'를 경직되고 부정적인 사고와 맞바꾸는 격이다. 이런 관성을 깨야 한다. '쉬지 않으면 쉬게 된다'는 일본의 광고 카피처럼, '놀지 않으면 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지금 놀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할 일 없이 논다!
[자연과 스킨십을 즐겨라]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멀티 태스킹'에 익숙해지고, 순간 순간 전달되는 정보에 반응하느라 몰입하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자연과 스킨쉽을 나눠라. 히말라야나 백두산을 등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도 족하다. 값비싼 캠핑 장비를 구비하지 않아도 도니다. 점심 시간에 근처 공원 잔디밭을 맨발로 디뎌라. 자연 속에서 잊고 있던 몸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다. 자연에서 몸의 면역력을 회복하듯, 미세한 감강이 당신의 잡념을 밀어내준다. 생각하고 몰입하는 능력을 되살려준다.
[죽어라. 아니, 죽는 연습을 하라]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독일 속담처러첨, 좋은 기억력만큼이나 잘 잊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마 새로 태어나기라도 하듯 자기각성을 하지 않는가? 이런 과정과 방법은 직장에 다닐 정도의 나이라면 충분히 알고 그만큼 해왔잖은가.
이렇게 기억과 감정의 '삭제(Delete)'와 '초기화(Reset)'에 가까운 자기각성을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일주일이나 하루처럼 자기만의 주기를 두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서 이 작은 '망각의 경제학'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 오는가는 체험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