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굿모닝, 에브리원
누구에게나 가슴 속에 깊이 품고 있는 자신만의 열정이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열정 하나만 갖고 덤빈다고 해서 만사가 마음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영화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작가가 손을 잡고 만든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에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실제 할리우드의 정점에 서 있는 젊은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와 왕년의 스타 해리슨 포드가 출연한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자신의 열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방 방송국의 PD로 일하던 베키(레이첼 맥아담스 분)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어렵사리 대형 방송국에 취직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가 맡게 된 프로그램은 시청률 최악을 달리고 있는 모닝쇼 '데이 브레이크'다. 오합지졸인데다 제멋대로인 스태프, 손발이 맞지 않는 MC들로 인해 베키는 입사하자마자 어려움에 직면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전설의 뉴스 앵커인 마이크 포메로이(해리슨 포드 분)를 영입하게 된다.
하지만 가까스로 영입한 마이크는 과거 잘나가던 자신에게 심취해 지나친 엄숙함과 이상만을 내세우며, 가볍고 즐거워야 할 모닝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은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안겨다 준다. 함께 진행을 맡은 콜린(다이안 키튼 분)과도 여전히 앙숙인 채로 그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협조하기는커녕 번번이 방송을 말아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마이크를 자신의 롤 모델로 숭배해 오던 베키는 조금씩 지쳐가고, 같은 방송국에 근무하는 젊고 유명한 PD인 아담(패트릭 윌슨 분)과의 연애도 시작부터 삐거덕거린다.
이처럼 PD인 베키와 매번 엇갈리기만 하는 마이크이지만 그에게도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시껄렁한 잡담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진지하고 중요한 뉴스를 신속히 전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 짓고 싶은 것. 서로 너무나 다른 마이크와 베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양보하며 조화를 이뤄가고, 금방이라도 폐지될 것 같았던 프로그램 역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마이크가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생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날, 프로그램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세간의 화제에 오르게 된다.
베키가 자신의 열정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애쓴 일은 단지 유명하고 나이 든 앵커 한 명을 설득한 것에 그치지만 않는다. 수많은 스태프들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높은 시청률이라든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그녀의 시도는 말짱 헛수고가 되었을 것이다. 마이크 역시 자신만의 이상에 사로잡혀 끝끝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난날의 영광에 걸 맞는 명성을 결코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개의 TV 프로그램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손발이 맞고 그 안에서 엄숙함과 유연함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이, 하나의 열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조율이 필요하다. 누구보다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고 마음속 깊은 곳의 뜨거운 열정과 주변 환경과의 세심한 조화를 이뤄나가는 것, 이것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