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잡동사니]

블루재스민 -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가장 어렵다.

YK Marine Engine 2014. 3. 10. 14:32





많은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남의 단점을 찾아내기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는 눈에 쉽게 띄기 마련이고, 그가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들도 종종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타인의 실수나 언행은 포착하기 쉽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 <블루 재스민>은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데 실패한 한 여자의 삶을 다소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뉴욕에서 상위 1퍼센트의 삶을 영위하며 매일 파티와 쇼핑에 둘러싸여 살아가던 재스민(케이트 블란쳇 분). 그녀는 부유한 사업가와의 결혼으로 남부럽지 않은 풍족한 나날들을 영위하지만 어느 날 남편 할(알렉 볼드윈 분)의 외도를 눈치 채게 되고, 결국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만다. 딱히 갈 곳이 없어진 재스민은 이복동생인 진저(샐리 호킨스 분)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찾아가고 그곳에 얹혀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간 최상위층의 삶을 누리던 재스민이 평범한 서민인 진저의 집에서 낯선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혼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진저의 두 아들은 하루 종일 시끄럽게 굴고, 진저가 새로 생긴 남자친구라면서 보여준 칠리도 재스민에게 영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에 닥친 크나큰 변화들에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던 재스민은 술에 의지하다 못해 급기야 신경쇠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재스민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아직도 그녀는 상류층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허황된 환상을 지우지 못한 채 박탈감에 사로잡힌다. 누군가가 소개시켜준 병원 창구의 접수 업무를 '천한 짓'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동생의 남자친구를 대놓고 루저라고 몰아세운다. 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하겠다며 컴퓨터 수업을 등록한 재스민은 같은 반 친구의 주선으로 참석한 파티에서 외교관인 드와이트를 만나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생각보다도 훨씬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파악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은 때때로 그 어떤 일보다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서부터 많은 변화들이 시작되고,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누구보다도 자기 스스로를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더 나아가 삶을 사랑하는 한 방법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