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등허리를 타고 달리고 달리다 포항으로 슬금슬금 진입한다. 창문 바깥으로 펼쳐진 끝없는 수평선, 그 깊고 검푸른 수면 탓에 울퉁불퉁한 바위에 부딪히는 물살의 포말이 더욱 하얗게 부서진다.
[마주 보는 손바닥 사이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푸르고 널찍한 들팥을 따라 뻗은 산줄기 사이로 지붕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승용차를 몰고 확 트인 도로를 달린다. 언젠가 7번 국도를 타고 가족과 함께 경포대에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오징어 순대를 먹거나, 연인과 함게 강릉 바닷가에 들러 귓바퀴에 파도 소리를 긁어 모아 본 일이 있다면 이번엔 조금만 더 달려 포항 호미곶으로 가보자.
이 곳 일출구경을 하겠다며 차가운 바닷바람 뚫고 종종걸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제법 북적인다. 이름에 걸맞게 머리칼 사이를 거세게 할퀼 듯한 바닷바람 부는 이 곶(串), 바다 쪽으로 돌출된 지형의 모양이 호랑이 꼬리를 닮아 생긴 이름이다.
이 곶의 지명보다 거대한 손바닥을 떠올리는 사람이 꽤 있는 모양이다. '상생의 손' 앞에 서서 카메라를 꺼내는 전국 각지에서 온 크고 작은 손들이 바쁘다.
이곳의 손들은 제각각 바쁘다. 과메기집 아주머니의 빨간 고무다라를 쥔 손이 바쁘고, 저물고 뜨는 해를 잡으려고 펼쳐 든 거대한 상생의 손바닥도 바쁘다.
2000년 해맞이 행사 성화로 유명했던 '상생의 손'이 12년 만에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이들도 보였다. 120m 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보는 손바닥, 바닷물이 뱃전에 부딪혀 철썩대는 파도소리와 거대한 조형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색다르다.
[호랑이 꼬리 끝, 앞날을 밝히는 희망의 호미곶 등대]
바깥으로 튀어나온 호랑이 꼬리 부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호미곶은 '동외곶' 이라고도 불리며 서쪽으로는 영일만, 동쪽으로는 동해와 만나고 있다.
이곳의 거대한 손만큼이나 거대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호미곶 등대(전 대보등대)다.
인천 팔미도 등대에 이어 세워진 두 번째 등대이다.
일본수산실업전문대학교 실습선이 대보 앞바다에 항해하다 암초에 부딪쳐 몰살했던 사건이 있는데 해난사고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해 한국 예산으로 일본에 등대 시설을 공사하게 하여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국립 등대박물관 입구로 들어가 테마공원을 둘러본다.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등대를 축소시켜 그대로 재현해 놓은 조형물을 전시해 놓았다. 아기자기한 등대 모형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키보다 수십 곱절이나 높아 올려다봐야 했던 커다한 등대를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입장요금 또한 무료다. 구석구석 파도소리 품고 있는 이 곳 호미곶 면사무소 앞길을 따라가면 구만히 보리밭이 있다. 우리나라엔 몇 군데의 구만리가 있는데, 호미곶면의 구만리는 시기를 맞춰 가면 멋진 보리밭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약 14km 거리에 있는 구룡포 등도 어슬렁 어슬렁 함께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정겨운 포구와 숨은 절경을 곳곳에 품거나 짊어진 동네, 타계하기 보름 전에야 내 집 마련을 했다는 포스코 명예회장의 '박태준 테마도시' 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그를 추억하며 포항야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 작은 어선불빛 사이로 아스라이 바람 소리 새어드는 곳, 철이 있는 도시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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