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직접구매, 일명 '직구'가 활발해졌다.
약간의 시간을 들여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유롭게 기다리기만 하면 같은 제품을 시중보다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신용카드사가 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결과에서는 국민 2명 중 1명이 직접구매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른여섯살의 직장인 안씨는 지난달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해 캡슐 커피머신을 장만했다. 국내 백화점에서는 5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만 판매해 불만이었던 안씨는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기본형 모델을 찾아냈다.
브랜드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홈페이지를 열어 구글 번역기로 해석한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배송을 대행하는 A사가 제품을 받아 이탈리아 현지에서 한국으로 다시 항송배송을 한다.
바다 건너 이탈리아 커피머신이 서울의 안씨 집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나흘.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50%에 가까운 할인율에 비하면 결코 길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제품 가격 109유로(약 16만원)에 배송비와 관세까지 모두 합한 금액은 24만원이었다.
일부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소비자에 국한되던 직구는 1,2년 사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직구의 불씨를 지핀 것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였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먼데이까지 다양한 온.오프라인 쇼핑몰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2010년 이 기간에 해외 배송업체 '몰테일'에 접수된 우리나라 소비자의 배송 대행건수는 3224건에 그쳤으나 2011년 2만 3458건, 2012년 2만 6837건, 지난해 약 4만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몰테일에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한 1주일간 대형 LED TV에 대한 배송신청이 1500건이나 접수됐다. 이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을 보지 않고도 구매할 만큼 '직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직구족에게는 국경이 없다]
이제는 직구가 블랙프라이데이만의 특별 이벤트도 아니다. 지난 설에는 한 인터넷 쇼핑몰의 외국 브랜드 신발 구매가 299%, 초콜릿 매출이 826% 늘어나는 등 설 선물도 직구로 구매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다.
소비자가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동일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국내에서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외 직구 이용실태 조사에서도 해외 직구 선호 이유(복수응답)로 응답자 대부분이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67%)' 과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를 꼽았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유통방식인 직구가 이렇듯 갑자기 부상한 까닭은 인터넷에 익숙한 똑똑하고 알뜰한 소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해외사이트를 검색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해외 거주나 유학 경험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직구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수요가 늘자 통관이나 해외배송등 직구 단계에서의 번거로운 과정을 대행하는 전문업체까지 생겼다.
직구 문턱이 점차 낮아지자 이용자는 빠르게 늘었다. 또 직구족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형성해 다양한 할인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확산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제 소비자는 국격을 넘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관세와 물류 배송비를 더하더라도 해외사이트에서 국내보다 더 싼 제품을 살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가장 큰 원인은 수입제품의 유통구조에 있다. 해외 브랜드 상품 대부분은 국내에 들어올 때 독점권을 갖는 한국의 총판매대리점을 통해 유통된다. 유통 및 물류비용에 업체가 가져가는 이익이 더해지면 현지 판매가격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50%이상 높아진다.
경제업체가 없는 독점 수입 상황에서는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한 번 높게 형성된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해외 유통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시로 각종 할인혜택을 적용하는 것도 직구 가격이 낮아지는 데 한몫했다.
[기존 유통구조의 혁신 유도]
직구는 한순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기존 유통구조를 바꾸고 있다. 직구 시장이 확대되자 유통업체가 독점 수입업체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다른 경로로 물건을 구입해 정가보다 싸게 파는 병행수입을 늘리는 추세다.
이렇듯 직구의 순기능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소비자가 해외 직구를 이용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다 보니 온라인 견적과 실제 견적이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
사이즈가 잘못 배송되거나 불량품이 배송될 때 교환이 국내보다 번거로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은 환불이나 교환 절차가 까다롭고 피해가 발생하면 마땅한 구제 방안이 없기 때문에 검증된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똑똑한 소비자가 새롭게 개척한 신유통채널 '직구'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과연 믿을 만한 제품인지, 적당한 가격인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시즌으로,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과
추수감사절 다음 첫 월요일을 뜻한다.
적자(Red lnk) 대신 흑자(Black lnk)라는 의미로 'Black Friday',
온라인 할인행사를 펼친다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