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많은 12월이 코앞이다. 간이 가장 괴로운 달이다. 연일 이어지는 음주로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간을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과음한 침팬지의 간조직 검사를 해 보면 간세포가 파괴돼 있다.
'양주 한두병 쯤이야', '폭탄주 열 잔을 마셔도 끄떡없어' 등 술실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간이 속으로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음주를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기려면 자신의 능력에 맞게 마셔야 한다. 간이 알코올을 충분히 분해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의 휴식도 필요하다. 따라서 음주는 주 2회를 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술을 마실 때 약을 함께 복용하거나 지방질 음식을 먹으면 간이 보호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자위에 불과하다.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의 흡수를 느리게 해 천천히 취하게 하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결국 알코올은 모두 간에 도달한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을 후회' 하게 하는 불청객이 있다. 숙취다. 주증상은 기운이 없고 머리가 아프며 속이 쓰리고 울렁거리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 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위 점막을 자극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숙취에는 흔히 입이 마르는 증상도 동반된다. 이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몸 안의 수분을 이용하고,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소변량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숙취를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다.
음주 전에 반드시 식사하고 물을 넉넉히 마셔야 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느리게 흡수된다. 음주 도중에도 간간이 물을 마시면 술을 덜 마시게 되고, 탈수가 예방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끈한 우유 한잔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유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 잠자리가 편안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보리차, 생수, 저지방 우유, 야채 주스 등 음료를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이런 음료들은 지난 밤에 혹사당한 간세포의 회복을 돕기 때문이다.
사과, 딸기, 감귤, 키위 주스 등을 마시면 음주로 인해 떨어진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꿀물도 혈당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또 꿀에 든 과당은 혈액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녹차도 권할 만 하다. 녹차의 잎에 든 카테킨 성분이 아세트 알데히드의 분해를 도와서다. 칡차나 칡즙도 숙취를 덜어주는 음료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함유돼 있고 수분과 당분을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유자차를 따끈하게 끊여 마시는 것도 좋다. 유자차는 주독을 풀어주며 음주 후 입 냄새를 없애준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대량으로 소모되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도 유자차의 장점이다.
그러나 술에 토닉워터, 탄산 음료, 스포츠 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것은 숙취 예방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를 푼다' 며 한잔 더 마시는 해장술도 오히려 역효과를 줄 뿐이다.
흔히 숙취가 있을 때 해장술을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불쾌감이 줄어들며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이는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 알데히드의 작용을 잠시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고, 결국 간에서 처리해야 할 알코올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간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그래서 해장술은 '간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또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 홍차 등 카페인 음료도 숙취가 있을 때는 가급적 피해야 할 식품이다.
숙취에 좋은 해장국 5총사
요즘에는 숙취해소 음료도 여럿 나와 있다. 이런 음료들은 대부분 숙취의 원인물지로 꼽히는 아세트 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하거나 이뇨작용을 돕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판 중인 숙취해소 음료들은 모두 간접적으로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영양성분을 첨가한 영양제이므로 특별한 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물 못지 않게 숙취해소에 중요한 것이 비타민 섭취다. 비타민은 과음으로 인해 가라앉은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기 때문이다.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식탁에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올려놓으라고 추천하는 것은 귤, 감, 사과에는 음주로 인해 부족해진 비타민, 미네랄 뿐 아니라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과당, 체액의 산성화를 막는 유기산이 들어 있어 숙취를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숙취해소에 효과적인 '해장국 5총사' 도 있다. 콩나물국, 북어국, 조갯국, 미역국, 선지국이다.
해장국의 공통점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아미노산)과 비타민B 군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해장국은 자기 전과 기상 직후에 먹는 것이 원칙이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의 혈당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공복에는 저혈당, 식후에는 고혈당을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복에 해장국을 먹으면 저혈당이 올 위험이 줄어들고 각 세포 내로 포도당이 충분히 공급돼 알코올의 해독이 촉진된다.
콩나물국의 경우 뿌리 부분에 다량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이 숙취해소에 유효한 성분이다. 이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간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과음한 다음날 콩나물국을 끊일 때는 뿌리를 다듬지 않고 국에 넣는 것이 좋다.
북어국의 숙취해고 성분은 메니토닌이다. 이는 유황 성분이 든 필수 아미노산이다. 메나토닌은 글루타티온의 전구물질인데, 글루타티온은 알코올로 인해 생긴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해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북어국은 또 이뇨작용이 있는 음식이다. 이를 통해 아세트 알데히드의 배설이 빨라진다. 게다가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개운하다. 음주 다음날 아침에 먹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조갯국에는 타우린이란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간세포의 재상을 촉진한다. 미역국에는 글리코겐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간의 활동을 돕고 아세트 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한다. 선지국은 콩나물국 보다 철분, 단백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분 섭취와 함께 가벼운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기분도 상쾌해져 숙취에서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술을 깨기 위해 사우나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무리한 사우나는 체내의 수분, 전해질을 감소시켜 탈수를 더 심화시킨다. 또 알코올 분해를 더디게 하고 증상을 심하게 할 수 있다. 사우나보다는 온탕욕등 가벼운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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