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가 맛있는 계절이다. 더 이상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헤매지 않도록 추천 리스트를 구성했다. 덤으로 잘 어울리는 음식까지 마련했다.
사케에 관한 모든 것
마신 지는 꽤 오래됐지만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사케! 이름도 잘 외워지지 않는데다가 병의 모양도 비슷비슷해 수많은 사케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된다. 도대체 사케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사케는 쌀로 빚어 가장 맑은 상태로 걸러낸 술을 말한다. 쌀을 깎고 남은 비율, 즉 정미율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데, 크게 다이긴죠, 긴죠, 혼죠조로 구분한다. 쌀을 많이 깎은 술을 고가의 상등급으로 치는데, 쌀 가운데 전분이 사케의 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50% 이하인 다이긴죠가 최고급 사케, 60% 이하는 긴죠, 70% 이하는 혼죠다. 이 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술은 그저 보통주라고 부르면 된다.
사케를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라벨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통 2가지 표시를 통해 처음 보는 술이라도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산도는 마셨을 때 느끼는 경쾌함의 척도를 의미한다.
산도가 크면 '가라구치’라 표현하는 신맛, 낮으면 '아마구치’라고 하는 단맛이 난다. 보통 기준은 1.3~1.5 사이이며, 이보다 낮으면 담백한 맛에 가깝고 높으면 진한 맛이 난다.
일본주도는 가라구치와 아마구치를 나타내는 기준이다. 가라구치는 +, 아마구치는 -로 표기한다. +가 높을수록 드라이한 맛이 강하고, -가 높을수록 단맛이 강하다.
깔끔한 신사를 위한 사케
레드 와인은 스테이크, 화이트 와인은 생선 요리, 스파클링 와인은 디저트와 잘 어울리듯 사케 역시 맛과 향에 따라 궁합이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 생선회처럼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껴야 할 때는 맑고 드라이한 사케가 어울리는데, 비즈니스 상대방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역시 깔끔하고 드라이한 사케가 제격이다.
그 중 가장 추천할 만한 것이 바로 '오토코야마 도쿠베스 준마이’와 '가라탄바’.
세계 주류 콩쿠르에서 30년 연속 금메달의 영예를 지켜온 오토코야마 도쿠베스 준마이는 오토코야마 주조에서 만든 사케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사케이기도 하다. 정미율 55%에 일본주도 +10으로 매우 드라이한 맛을 자랑한다. 게다가 깔끔한 뒷맛까지 일품이니, 기름진 음식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일본 최대 사케 브랜드인 오제키의 대표작 '가라탄바’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드라이 사케다. 잔향이 없어서 상당히 깔끔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데, 일본주도 +7로 마시고 나면 혀에 남는 감촉이 개운하기까지 하다.
'오토코야마 도쿠베스 준마이’와 '가라탄바’와 잘 어울리는 추천 메뉴로는 매운 치킨 카라아케 매콤달콤한 소스를 바른 일본식 매운 닭튀김! 소스 맛이 강한 음식에는 강하고 진한 맛의 사케가 잘 어울리니 한번 시도해보길.
비기너도 반하는 도수 낮은 사케
술에 약한 편이라면, 향긋한 과일향이 진동하는 사케를 추천한다. 그중 '핫카이산 준마이 긴죠’와 '조젠 미즈노고토시 준마이 긴죠’는 비기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최고의 사케!
일본 내 어느 곳을 가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 지명도 1위의 '핫카이산 준마이 긴죠’는 풋과일 냄새와 비슷한 긴죠 향을 입 안 가득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마실수록 담려하고 깨끗하다. 입에 닿는 순간 향이 퍼지고 마신 이후에는 잔잔히 맴도는 여운까지 만끽할 수 있다.
'조젠 미즈노고토시 준마이 긴죠’ 역시 은은한 과일 향이 매력적인 사케다. 투명한 병 디자인이 풍기는 이미지처럼 깔끔하면서도 경쾌한 맛이 일품인데, 맑은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술에 약한 여성에게 특히 추천한다.
과일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핫카이산 준마이 긴죠’와 '조젠 미즈노고토시 준마이 긴죠’와 잘 어울리는 추천메뉴로는 '모모니쿠 폰즈’라는 일본식 닭다리 구이.
우리나라 일본식 주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로, 그릴에 구운 닭다리가 새콤한 폰즈 소스와 만나 더할 나위 없는 상큼함을 선사한다.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 과일향이 은은한 사케와 특히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향을 지닌 사케
화려한 향이 일품인 '남부비진 다이긴죠’는 무화학 비료와 저농약 농법으로 재배한 이와테 현의 특등미를 사용해 만든 사케다.
사케의 명인으로 잘 알려진 '야마구치’가 빚은 명품 술로 통하는데, 여러 가지 과일을 섞은 듯한 풍부한 향과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다.
일본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케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술 중 하나로 손꼽히며, 한 번 마시면 또 다시 찾게되는 최고의 매력주로 이미 많은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또, '온나나카세’라는 사케 역시 화려한 향이 매혹적이다.
오무라야 주조장의 최고급 사케로 손꼽히는 온나나카세는 슬그머니 느껴지는 단맛과 은은한 향을 지닌 것이 특징으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향과 약간의 볼륨이 느껴진다. 목 넘김 이후 잔잔히 남는 향이 주는 여운은 가히 매력적! 진한 달콤함에 질감까지 부드러워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남부비진 다이긴죠’와 '온나나카세’처럼 깊고 화려한 과일향을 지닌 사케는 활고등어회처럼 섬세한 맛의 생선회와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마니아를 위한 최고급 사케
사케 마니아들 사이에서 '핫카이산 다이긴죠’와 '구보타 만쥬’가 차지하는 인지도는 가히 독보적이다.
핫카이산 물과 품질 좋기로 유명한 쌀 야마다니시키를 가지고 저온 발효 기법으로 빚어낸 '핫카이산 다이긴죠’는 맛과 진한 반면, 향은 은은하면서도 힘이 있어 꽉 짜인 느낌을 준다. 워낙 최고급 기술로 만들어지는데다,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아 '한정 생산, 한정 판매’라는 꼬리표가 붙곤 하지만, 최고급 사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구보타 만쥬’ 역시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사케다.
사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특히 '최고’라고 손꼽히는 이 술은 맛과 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청초한 향과 부드러움이 목 넘김 이후까지 이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차갑게 마시는 것보다 실온에 두고 마셔야 본연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으니, 명심하자.
한편, '핫카이산 다이긴죠’와 '구보타 만쥬’처럼 진한 향과 맛이 나는 사케에는 고기류의 메뉴가 잘 어울린다. 사케 자체가 워낙 구조감이 탄탄해 고기와 함께 먹어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 한우 등심으로 만든 '스키야키’가 제격이다.
'낙서장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시아의 새해맞이 음식과 문화 (0) | 2014.01.25 |
---|---|
살아있는 겨울바다의 맛 - 과메기 (0) | 2014.01.25 |
"금메달은 과정을 통해 만족을 얻는 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 쿨러닝 (0) | 2014.01.11 |
견과류의 막강한 힘!! (0) | 2014.01.09 |
토크의 마법에 빠지다. 토크콘서트.. (0) | 2014.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