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잡동사니]

상서로운 돌의 연못 - 경북 영양 서석지(瑞石池)

YK Marine Engine 2013. 10. 15. 15:18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반변천을 지나 서석지를 향하는 발길에 자연은 온통 조물주의 화려한 작품 세계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것이 만추의 세상이었다. 반변천의 흐르는 물길을 따라 반짝이는 윤슬을 감상하며, 남이장군의 전설이 있는 남이포와 입암, 즉 바위가 곧추세워진 곳을 지나면 나지막한 돌담들의 정겨운 동네가 나온다.

 

하늘을 향해 버선코처럼 살짝 들린 기와지붕이 정겹고 담장 너머 400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길손을 맞는다. 은행나무 한 그루지만, 이곳의 내력을 말해주듯 만고풍상을 겪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데 계절에 따라 그날의 날씨에 따라 각각의 향연을 펼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서석지이다. 서석지는 조선 광해군 5년에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 선생이 조성한 민가 연못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이 정원은 외원과 내원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앞의 갓등산 병풍바위를 끌어안고, 그 앞으로 흐르는 반변천을 끌어들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주변정경을 외원으로 하고 있으며, 정원의 앞마당과 은행나무, 연못과 사우단, 그리고 경정과 주일재를 내원으로 하고 있다. 공경하는 정자란 뜻의 정경을 정침으로, 앞에는 인공연못을 두고 연못 동쪽에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사우단이 요철모양의 형태로 보록 들어가 있다.

 

 

 

 

네모만 연못 가운데 연꽃을 심어 향기를 품게 하였으며, 연못에 원래부터 있던 돌에 각각의 심오한 사상을 담은 이름을 붙여놓았다. 돌의 모양에 따라 신선이 노니는 돌, 구름봉우리 모양의 돌, 물고기 모양의 돌, 별이 떨어진 돌 등의 이름이 붙어있어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고자 한 정영방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물의 높낮이에 따라 돌의 형태가 달라지는 인공적인 모습도 함께 가미하여 즐겼던 것이다.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자연스러운 멋과 최소한의 인공적 공간조성의 생태적 접근방식이 참으로 지혜롭다. 자연지형의 의미부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 등을 토대로 한 기법을 이용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여 순수한 우리만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는 순수한 우리 전통의 정원, 이토록 매력을 발산하는 정원이 우리나라에 몇 있을까? 연못에 연꽃이라고 피는 여름이면 녹색의 은행잎과 함께 운치를 더하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온 천지에 흩날리며 환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담쟁이 넝쿨 또한 가을을 만끽하며 길손에게 환상의 색상을 선사하고, 특히 보름달이 뜨는 밤 경정이나 주일재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음은 알 수 없는 설렘으로 부푼다. 빈틈없이 반짝이는 하늘의 별들은 어린 시절 추억에 물드는데 더불어 연못에 비치는 둥근달과 사우단의 정겨운 대화를 엿듣는 듯 사뭇 운치가 있다.

 

이곳은 생태적 접근방식과 자연지형의 의미 부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토대로 정원기법을 이용하였다. 또한, 음양오행설 및 풍수설과 무위자연설에 바탕을 두어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여 조성한 가장 순수한 정원으로서 일본이 자랑하는 임천정원에 훨씬 앞서 발달된 우리 고유의 정원양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석지는 중요민속자료 제 108호이며,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394-1번지에 있다.